자외선 차단제 고르는 법, SPF PA 수치 제대로 읽기

매년 여름이면 화장품 매대 앞에서 한참을 서 있게 됩니다. SPF50+, PA++++, 무기자차, 지속내수성. 깨알같이 적힌 표기를 다 읽고도 결국 "제일 숫자 높은 거 주세요"라고 말한 적이 저도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그 숫자들이 각각 무엇을 막아주는지, 그리고 왜 숫자보다 '얼마나 바르느냐'가 더 중요한지 판별할 수 있게 됩니다.

다양한 SPF PA 표기가 적힌 자외선 차단제 선크림 제품들

표기만 제대로 읽어도 선크림 고르기가 쉬워집니다

SPF와 PA, 각각 무엇을 막아주나

자외선은 크게 UVA와 UVB로 나뉩니다. UVB는 파장이 짧고, 피부 표면에 화상이나 기미·주근깨 같은 색소침착을 일으킵니다. UVA는 파장이 길어 피부 깊숙이 파고들어 장기적인 노화와 관련이 깊습니다. 흐린 날이나 겨울에도 꾸준히 내리쬐는 쪽이 UVA입니다.

여기서 SPF는 UVB를, PA는 UVA를 막는 지표라고 기억하면 됩니다. 내 제품이 두 자외선을 다 막아주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제품 앞면에 SPF 숫자와 PA+ 표기가 둘 다 있는지 보세요. SPF만 크게 적혀 있고 PA가 없다면 UVA 차단은 보장되지 않은 제품일 수 있습니다.

숫자와 +가 클수록 좋은 걸까

SPF 뒤의 숫자는 흔히 '차단 시간'으로 오해받지만, 실제로는 UVB 차단 비율에 가깝습니다. 자외선 차단제 표기에 대한 자료를 보면 SPF 50은 UVB를 약 98%, SPF 100은 약 99% 차단한다고 정리되어 있습니다. 숫자를 두 배로 올려도 실제 차단율 차이는 1%포인트 남짓입니다. PA는 +가 많을수록 UVA 차단력이 강하고, 한국·일본에서 주로 쓰는 표기입니다.

왜 숫자만 믿으면 안 되는가

SPF 수치는 실험실에서 정해진 양을 두껍게 발랐을 때 나오는 값입니다. 자동차 연비 표기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카탈로그의 '복합연비 15km/L'는 정속 주행 같은 이상적인 조건에서 나온 숫자죠. 급가속하고 에어컨 켜고 시내를 달리면 실제 연비는 뚝 떨어집니다. 선크림도 똑같습니다. 표기된 SPF 50은 '충분히 두껍게 발랐을 때'의 최대치일 뿐, 얇게 바르면 그 절반도 안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SPF 100짜리를 얇게 바르는 것보다, SPF 50짜리를 넉넉히 바르고 자주 덧바르는 쪽이 훨씬 낫다고 봅니다.

상황별 권장 지수 (2026년 7월 기준)

식약처가 안내하는 활동별 권장 기준을 표로 정리했습니다. 바뀔 수 있는 세부 기준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상황권장 SPF권장 PA
실내 생활 위주SPF 15 이상PA+ 이상
일상 외출·통근SPF 30 이상PA++ 이상
등산·해수욕 등 장시간 야외SPF 50+PA+++ 이상
물놀이내수성/지속내수성 표기 확인PA+++ 이상

참고로 6개월 미만 영유아에게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말라는 것이 식약처 안내입니다. 이 부분은 피부과 전문의 상담이 필요한 지점이니 임의 판단은 피하세요.

손바닥 위에 짜놓은 자외선 차단제 적정 도포량

얼굴 전체를 덮으려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양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얼마나 발라야 할까

피부 1㎠당 2mg이 권장 도포량입니다. 감이 안 오죠. 얼굴 전체 면적을 대략 400㎠로 잡으면 이렇게 계산됩니다.

400㎠ × 2mg = 약 0.8g. 무게로는 감이 안 오니 부피로 바꾸면, 검지 첫 마디 정도 길이로 짜낸 양 두 번, 흔히 말하는 '500원 동전 크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 양의 절반도 안 바릅니다. 그래서 SPF 50 제품을 써도 실제 효과는 SPF 20~25 수준으로 떨어지는 겁니다.

여기에 하나 더. 아침에 한 번 바르고 끝내면 오후엔 거의 무방비입니다. 땀·피지·마찰로 지워지기 때문에 2시간 간격 덧바르기가 원칙입니다.

내 상황이라면 어떤 걸 고를까

제형에 정답은 없고, 자기 생활 패턴에 맞추는 게 핵심입니다.

실내 근무가 대부분이라면 SPF 30/PA++ 정도의 가벼운 제형으로 아침에 바르고, 창가 자리라면 점심 후 한 번 덧바르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굳이 SPF 50+를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야외 활동이 잦거나 운전을 오래 한다면 SPF 50+/PA+++ 이상에 지속력 있는 제형을 고르세요. 운전 중 팔에 닿는 햇빛은 대부분 UVA라 PA 등급이 특히 중요합니다.

화장 위에 덧발라야 한다면 액상은 뭉치기 쉬우니 선스틱이나 선파우더가 편합니다. 저는 파우치에 선스틱 하나 넣어두고 오후에 톡톡 두드리는 방식으로 정착했는데, 이게 제일 실천하기 쉬웠습니다.

흔한 오해 두 가지

첫 번째, "SPF 30 제품과 50 제품을 겹쳐 바르면 SPF 80이 된다"는 계산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차단 지수는 더해지지 않습니다. 그냥 더 높은 쪽 하나에 가깝다고 보면 됩니다.

두 번째, "흐린 날엔 안 발라도 된다"는 생각. 구름은 UVB를 일부 걸러주지만 UVA는 그대로 통과시킵니다. 노화의 주범인 UVA는 날씨를 가리지 않으니, 흐린 날도 발라주는 편이 좋습니다.

흐린 날 창가에서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르는 상황

흐린 날에도 UVA는 그대로 들어옵니다

바로 실천할 것

  • 제품 앞면에 SPF 숫자와 PA+ 표기가 둘 다 있는지 확인한다.
  • 얼굴 기준 '500원 동전 크기'만큼 넉넉히 바른다.
  • 외출 15분 전에 바르고, 야외에선 2시간마다 덧바른다.
  • 생활 패턴에 맞춰 지수를 정한다. 실내는 SPF 30, 장시간 야외는 SPF 50+.
  • 덧바르기용 선스틱이나 선파우더를 가방에 하나 넣어둔다.

결국 좋은 선크림은 진열대에서 가장 비싸거나 숫자가 높은 제품이 아니라, 내가 귀찮아하지 않고 충분히 자주 바를 수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올여름엔 숫자 경쟁 대신 '동전 크기'와 '2시간'만 기억해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SPF 50+와 SPF 50은 뭐가 다른가요?

한국 식약처 기준으로 SPF 50을 초과하는 제품은 실제 측정값이 51이든 90이든 모두 'SPF 50+'로 표기합니다. 그래서 50+끼리도 실제 차단력은 다를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그 차이는 크게 신경 쓸 정도가 아닙니다. 도포량이 훨씬 중요합니다.

무기자차와 유기자차 중 뭐가 더 좋나요?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낫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무기자차는 자극이 덜한 편이라 민감성 피부에 무난하지만 백탁이 생기기 쉽고, 유기자차는 발림성이 좋지만 사람에 따라 자극을 느낄 수 있습니다. 피부 자극이나 알레르기가 나타나면 사용을 멈추고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선크림만 바르면 클렌징은 안 해도 되나요?

선크림도 피부에 막을 형성하는 제품이라 잔여물이 남습니다. 하루를 마치면 깨끗이 씻어내는 것이 좋고, 특히 내수성·지속내수성 제품은 잘 지워지도록 신경 써서 세안하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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